꿀잼이었던 2020 GSL 시즌1 조지명식 리뷰

일등공신은 신희범. 난 얘가 이렇게 재밌는 애인줄 몰랐고 원이삭이랑도 친한지 몰라서 좀 놀라기도 했고. 둘이 성격이 완전 다를거 같은데 그래서 친한가? 흠.

일단 코로나 에디션으로 선수들과 통역 전원에게 마스크를 씌우고 진행한 조지명식. 캐스터와 해설 두명을 제외하곤 저기 현장에 있는 사람들 전부가 마스크를 쓰고 진행했다. 선수들 마스크가 다 상당히 제각각인걸 보면 개인적으로들 준비해와야 했던듯.

테란 유저들 얘기를 들어봐야겠다고 발언하는 신희범

저 상황이 뭐였냐면 C조엔 조성호,이재선, D조엔 조성주와 신희범이 있는 1차 지명이 끝난 상태에서 2차 지명 첫순서로 D조인 신희범이 신희범이 아래의 선수들 중 한명을 데려올 차례가 된 상황.

김도욱,김대엽,주성욱,스칼렛,어윤수,원이삭,백동준,이신형 이렇게 8명의 선수가 남아있었는데, 저기서 최약체는 당연히 원이삭이다.

상대하기도 편하고 24강 예선에서 신희범은 원이삭을 상대로 2:1로 이기기도 했고, 조성주도 원이삭에게 진다는 상상은 하기 힘들다.

“그냥 제가 빡세게 하겠습니다.”라고 발언하는 신희범

근데 원이삭의 눈물의 호소, 자긴 C조 가야 한다는 말에 내심 흔들렸는지, D조를 헬조로 만들어놓고 마지막에 A조 박령우 시드권자 조로 탈출하고자 하는 장대한 계획이었는지 모르지만, 여기서 원이삭을 놔두고 이신형을 고르는 만행을 저지른 신희범.

이때의 황영재(섹가황) 반응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래야 재밌죠! 신희범 선수에게도 나쁘기만한건 아니고 종족 수를 줄였기 때문에 준비할 때 오히려 편한면이 있습니다!!”

신희범은 원래는 원이삭, 차선책으론 테란을 고르고 싶었는데 원이삭 D조를 너무 싫어하고, 김도욱과는 연습을 많이 한 사이라 껄끄럽고(연습할 때 자신의 최근 스타일을 다 보여주었기 때문) 그래서 에라모르겠다 하고 그냥 이신형을 골랐다고.

평소의 마루답지 않게 반응이 상당히 격한 편이었는데, 이유는 마루의 최대약점이 테테전이기 때문이다. 과거 한이석, 이재선에게도 패한 적이 있으며, 최근에는 이신형과 해서 거의 다 이기긴 하지만, 그 경기들도 상당히 박빙에다가 풀세트였고, 특히 작년 전진병영이 너프된 이후로는 이신형과 전태양과 해서 거의 다 졌기 때문이다.

조성주, 신희범, 이신형, 나머지 한자리는 아무도 뽑지 않는 마지막 선수가 온다.

저때 분위나 이번 조지명식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면 신희범이 마지막 탈출각을 봤다기보다는, 친한 원이삭과 같은 조가 되는 게 껄끄러웠던 듯 하다. 왜냐면, 원이삭을 뽑더라도, 어차피 D조의 마지막 한명은 제일 마지막까지 남은 선수가 와야 하는데, 그러면 D조에서 원이삭 신희범 둘 다 떨어질 가능성이 높으니까.

신희범의 “제가 빡세게 하겠습니다” 이 말이 농담이고 연막이고, 재미를 위한 통수예고인줄 알았는데, 이신형을 정말로 뽑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렇게 살아남은 원이삭은 또다시 이재선에게 눈물의 호소와 너도 4강도 가보고 결승도 가봐야지 그럴려면 나를 뽑아야 한다, 괜히 트라우마 깬다고 니 주제도 모르고 어윤수 고르면 안된다 등 채찍과 당근을 줘가며 이재선을 조련한 결과 이재선의 C조로 가게 된다.

(근데 그래놓고는 자신이 어윤수를 골랐다. 물론 이재선이 어윤수를 뽑았으면 원이삭은 C조 못가고 다른조에 불려갈 테니까 이재선에게도 이게 맞긴 하다.)

그리고 조지명식 끄트머리에 조가 확정되었는데 C조 네번재 자리엔 어윤수가, D조 네번재 자리엔 요즘 폼이 가장 좋은 주성욱이 오게 된다.

C조 최종
D조 최종. 조성주, 신희범, 이신형, 주성욱

어쨋든 신희범이 자신의 진출확률을 낮추면서, 원이삭 신희범 둘 중에 한명이 진출하는 가능성은 높이는 일명 자살저그 선택을 하면서 이번 조지명식은 역대급 꿀잼이 되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선택이라 이후에 다들 선택이 일그러졌고 백동준은 B조를 갔다가 A조로 가기 위한, 어윤수는 C조로 가기 위한 저마다의 신파극도 볼 수 있었으니까.

혹은, 신희범이 유주얼서스펙트 급으로다가 큰그림을 그렸을 수도 있다. D조를 우승자 3이 다 포함된 헬조로 만들고, 자신은 박령우 조로 탈출할 생각. 왜냐면 박령우 A조 마지막 자리는 S급이 갈 확률이 높았고 예상대로 김대엽이 있었는데, 김대엽을 D조로 보내버리고 자신을 영입하면, D조는 조성주,김대엽,이신형,주성욱이라는 우승자 4인으로만 구성된 헬조가 되고, 그 결과 박령우는 가장 까다로운 역대 우승자 중 두명을 확정적으로 떨어드릴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신의 천적이라고 생각하는 조성주가 조기탈락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만약 연기였다면 신희범의 연기가 너무 탁월했는지, 박령우는 신희범이 자신을 뽑아달라는 말을 박령우에게 하기 전까지 이런 가능성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모습이었고, 그냥 무난하게 김대엽을 B조의 백동준과 트레이드하는 선택을 한다.

박령우는 일단 먼저 백동준에게 자기가 뽑겠다라고 약속을 한 상태이고, 자신은 조지명식에서 항상 통수를 당해와서 그 기분이 어떤지 아니까 그러고 싶지 않다고 하긴 했는데, 반응을 보면 미리 D조를 우승자출신 4인의 슈퍼헬조로 만들 가능성을 미처 깊게는 생각하지 못한 모습이었고, 그래서 그냥 의리를 선택했던 듯 하다.

박령우는 작년 희대의 저그 최강 밸런스 상황에서의 종빨 징징 인터뷰와 개인방송 등으로 엄청나게 욕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것과 프리미어 우승 2번을 하는 숙원을 이뤄낸 것이 합쳐져서 요즘은 사람이 좀 유순해진거 같고, 그때부터 뭔가 모범적인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상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있는 듯 하다. 확실히 그전까지는 월드클래스로 게임 잘하는 동네 건달형 느낌이 강했는데, 지금은 확실히 본좌느낌이 난다.

물론 그래도 아직까지는 세랄과 이병렬 앞에 서면 갑자기 그동안의 포스는 깡그리 사라져버리고, 우승자가 아닌 우스운자가 되면서 급격히 클래스 떨어져보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근데 이건 뭐 자기가 저저전은 운빨이라 생각해서 연습 안했던 과거(어윤수 피셜이다.)가 발목을 잡고 있는 거라 자업자득이긴 하다.

이번 조지명식은 참여한 선수들도 상당히 재밌었다고 하니 못보신 분들은 다시보기로 한번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afreeca.com/afgsl 채널에서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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