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2 플레이하기 가장 어려운 종족이 프로토스인 이유

상상지도 못한 아주 작은 지식 때문에 패배하고, 패배하고 나서도 원인이 그 조그마한 지식에 있었다는 것을 알아채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몇년 전쯤만 하더라도, 외국 프로토스 탑급 프로게이머들도 그걸 몰랐고, 국내 해설진들도 그걸 몰랐다. 국내 프로토스 프로게이머들만 그런 개념이 있었고, 그걸 외국에 전파해서 지금 핏드로고나 쇼타임 등이 그런 개념을 아는 것도 사실 데이나인(Day9) 이 그 차이를 알아내서 사람들에게 말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지.

그래서 종종 외국 대회 보면 아직도 캐스터들이 Day9 언제 스타2 컨텐츠로 복귀하니? 우리 모두 고대하고 있어, 이런 말들을 하는 것.

그 작은 지식이란 건, 예를 들면 프저전에서의 첫번째 앞마당 수정탑의 위치 같은 것. 이걸 한칸만 잘못 지어도, 상대가 맹독충 올인을 하면, 그거 한칸 잘못지은것 때문에 니가 무슨 짓을 해도 막을 수 없는 타이밍이 나오게 된다.

저 수정탑 위치로는, 맹독충 올인올때, 심시티가 불가능하다.
저렇게 한칸 옆으로 지어야, 그리고 그래야만
이렇게 입구를 관문 하나로 막을 수 있고, 추가 심시티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잘하는 저그들은 저프전 걸리면, 상대 앞마당 파일런 위치 확인한다음에 한칸이라도 잘못 지어져 있으면 그냥 맹독충 만들어서 들어가서 끝내버린다.

국내 프로게이머들 프저전 봐도, 예컨대 강민수가, 김대엽 상대로, 안뚫릴거 알았지만 그래도 그냥 해야만 했어요, 라고 했던 것도, 보통 사람이 보면, 아, 프로게이머들은 그냥 봐도 감으로 뚫릴지 안뚫릴지 판단이 되는구나, 혹은 처음 나와 있는 유닛 보면 판단이 되는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김대엽이 수정탑 위치를 제대로 지은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뚫릴지 안뚫릴지 이미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게임에서 처음으로 앞마당에 짓는 수정탑 위치가 한칸이라도 뚫리면, 넌 무조건 게임을 진다. 그리고 이를 국내 프로게이머들만 알고, 국내 해설자들, 외국 탑티어 프로게이머들도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사실이 있는것 자체가 프로토스가 왜 그렇게 어려운지 설명해준다.

게다가 왜 세미프로중에 프로토스가 가장 많은지도 설명해주는 것. 저런 지식을 획득한 사람들은, 엄청난 우위에 서기 때문에, 어? 나 이거 되겠는데? 하고 쉽게 세미프로를 도전해 볼 수 있기 때문.

즉 알아채기 힘든 작은 차이지만, 그것만 알아채면 자기가 매크로나 마이크로가 좀 딸려도 일단 높이 올라갈 수 있는게 프로토스란 종족이다. 그리고 이런건 지금 내가 하고있는 것처럼 누군가가 정확히 짚어주지 않는 이상은, 뇌지컬이 엄청나게 뛰어나야만 캐치할 수 있다. 국내의 프로토스 프로게이머들이 자신의 개념 공유를 다른 선수들과도 극도로 꺼리는 것도 그런 이유다. 프로토스는 그게 힘이고 실력이고 모든것이거든.

저그나 테란은 매크로 헤비, 마이크로 헤비 그런 종족이고 심시티가 프로토스보다 훨씬 간단하고, 그런점들 때문에 이런 면이 약해서 그나마 초보들이 게임만 많이 하면 점수 올리기 쉽고, 특히 테란은 프로게이머들의 초반 5분 빌드만 정확히 외우면 테테전 빼고는 래더에서는 아무리 초보라도 며칠만 연습하면 다 이기는 수준이라, 초보도 순식간에 고수행세를 할 수 있는 종족이기도 하고.

아, 그러면 이제 나도 수정탑 위치가 중요하단거 알았으니까 래더 하고 며칠만 좀 해보면 잘하겠네? 아니올시다다. 그 수정탑 위치란 것도 맵에 따라 다 달라지고, 어떤 건물을 지어야 하는지에도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이런 작은 개념, 지식들이 수정탑 위치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상당히 많다. 그래서 생각보다 그리 녹록치는 않을거다. 물론 아예 그런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도 모르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높은 곳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것은 맞다. B